Poem(詩)/시 쓰다(拙詩)

이 세상이 정겹다

꽃이플 2011. 7. 29. 11:08

 

 

이 세상이 정겹다

 

오늘 문득 이 세상이 정겹다.

'생사 모두가 빈 이름뿐'이라는

옛 선사의 게송을 떠올리며

집으로 돌아가는 낯익은 풍경속에서

오늘 문득 이 세상이 정겹다.

 

들녘에 흔한 망초꽃도

비갠 뒤 힘차게 흐르는 시냇물도

차창으로 스치는 분주한 도시도

한 눈에 가득 담을 수 있는 

이 세상 이 거리가 정겹다.

오늘 이 하루가 정겹다.

 

부족함 쓸쓸함 고단함이

잘 버무려진 나날들이었지만

언제가는 낯설은 모를 곳으로

떠나야함이 자주 떠올려지기에

이 거리가 이 날이 왈칵 정겹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