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em(詩)/시에 젖다

불취불귀(허수경)

꽃이플 2012. 4. 18. 16:14

 

 

불취불귀(不醉不歸)

                                허수경

 

 

어느 해 봄그늘 술자리 였던가

그 때 햇살이 쏟아졌던가

와르르 무너지며 햇살 아래 헝클어져 있었던가 아닌가

다만 마음을 놓아 보낸 기억은 없다

 

마음 끼리는 서로 마주 보았던가 아니었던가

팔없이 안을 수 있는 것이 있어

너를 안았던가

너는 경계없는 봄그늘이었던가 

 

마음은 길을 잃고

저 혼자

몽생취사 하길 바랐으나

갔던 길마저 헝클어뜨리며 왔는가 마음아

 

나 마음을 보내지 않았다

더는 취하지 않아

갈 수도 올 수도 없는 길이

날 묶어

더 이상 안녕하기를 원하지도 않았으나

더 이상 안녕하지도 않았다

 

봄그늘 아래 얼굴을 묻고

나 울었던가

나 마음을 놓아 보낸 기억만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