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움에 관한 시
✾그리움의 풍경
나의 그리움에도
풍경은 있다
며칠 새 주룩주룩
그리움의 눈물이더니
오늘은 온 세상이 환한
그리움의 햇살
나의 그리움은 불변이지만
그리움의 모습은 시시각각 변화한다
고운 햇살 아래
나의 그리움은 따스하다
햇살 같은 미소를
빙그레 지으시는 님
지저귀는 새소리 들으며
나의 그리움은 명랑하다
발랄한 재잘거림으로
나를 다정히 위로하시는 님
라일락꽃 그늘 아래
나의 그리움은 향기롭다
실바람 타고 오는
내 님의 향긋한 내음
지는 꽃잎을 보며
나의 그리움은 눈물겹다
우리의 사랑도
세월 가면 그렇게 질까
창문을 두드리는 빗소리 들으며
나의 그리움은 슬픔에 잠긴다
이 밤도 수없이 피고 지는
보고픈 님의 모습
나의 그리움은 불변이지만
그리움의 얼굴은 다채롭다
✾ 목련꽃 그늘 아래
봄날의 햇살 따사로운
목련꽃 그늘 아래
허름한 나무 벤치에
다정히 마주앉은
한 쌍의 젊은 연인을 보았습니다
그저 둘이 함께
마주앉아 있는 것만으로도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모습인
두 사람은
지금 무슨 밀어(密語)를 속삭이고 있을까
사랑의 마음을 가득 담아
포개어진 두 손으로
두 사람 사이에 말없이 오갈
사랑의 느낌은
얼마나 깊고 깊을까
아!
나도 저 모습 그대로
목련꽃 그늘 아래
님과 함께 오순도순 마주앉을
그 날은 언제일까
보일 듯 보이지 않는
님의 모습 그리며
가던 걸음 살며시 멈추고
뒤돌아보니
목련꽃 그늘 아래
허름한 나무 벤치에는
정답게 마주앉은
한 쌍의 연인이 있습니다
✾ 님 있는 그리움
봄의 들판
연보랏빛 제비꽃의
아담한 포근함이나
노랑 개나리꽃의
수줍은 어여쁨으로
님의 모습 내 맘속에
몇 번이나 떠올랐다 지워져야
하루해가 저물까
꽃들은 한철을 살다 가지만
님 향한 내 그리움은
하루에도 수없이 피고 진다
그리움도 하나의 병(病)인지라
이미 야윈 이 몸
그리움으로 더욱 야위어 갈 테지만
님 없는 그리움의
고독한 열병으로
안달을 떨기는 싫어
님 있는 그리움의
더욱 지독한 열병으로
내 모든 생명이
스러지고 싶어라
한나절은 그럭저럭
견딜 만도 하건만
꽃잎처럼 석양이 지고
어둠이 내리면
아!
이 맘 어쩌면 좋아
님 향한 그리움
꽃잎처럼 피어나네
✾ 봄날은 간다
꽃잎 바람에 나부끼며
봄날은 간다
님 향한 내 그리움은
끝이 없다
봄 여름 가을 겨울....
아득한 세월 너머
아, 나의 그리움에도
끝이 있으면 좋으련만
님 향한 내 그리움에는
종착역이 없다
지는 꽃잎에 님의 모습 아롱지며
봄날은 간다
✾ 봄비
하얀 목련
한 잎 두 잎 떨어지는 날
봄비 보슬보슬 오고 있어요
님 계신 그 곳에도
봄비가 내리고 있을까?
님도 저 꽃잎 바라보며
말없이 눈물짓고 계실까?
님 그리며 우체국 가는 길에
뻥튀기 할아버지가 뿌리신 과자 부스러기를
행복으로 쪼아먹는 비둘기 두 마리
부럽기도 하여라!
지금은 나 홀로 외롭게 걷는 이 길을
님이랑 나랑
비둘기처럼 정답게
함께 걸을 그 날은 언제나 오려나
다만 님의 모습 하나
내 마음에 고이 간직하는 것 말고는
나 세상에 바라는 것 하나 없는데
내 마음에 그리움의 우표를 붙여
저 구름의 우체부에게 띄워 보내면
님은 이 마음 알아 주실까
창 밖에는 보슬보슬 봄비
내 마음에는 주룩주룩
그리움의 소낙비
✾ 가을날의 풍경
산들바람에 연지 곤지
화장을 한 잎새들
수줍은 듯 하늘하늘 춤추고
하늘에는 조가비 껍질 닮은 구름이
해변처럼 펼쳐지고
따스한 햇살 살며시 다가와
은빛으로 부서지는 창문 너머
저 야트막한 산은
평화로이 오수(午睡)를 즐기는데
가만히 눈감으면
두둥실 떠오르는 한 사람
오!
당신의 얼굴
✾ 그리움 둘이 만나 고운 사랑이 되자
뜨겁게 불타던 해
뉘엿뉘엿 서편에 지고
흰 구름 둥실둥실
흐르는 하늘 저편
당신이 계실 텐데,
이 작은 가슴 터지는
그리움을 어이할까
그래,
내 그리움
저 구름에 실어
솔솔 부는 바람을 타고
당신 계신 곳까지
당신 만날 때까지
두둥실 날아갈까
당신 향한 그리움과
하늘 저편에서
날 기다리고 계실
또 하나의 그리움이
다정히 만나
무엇이 될까
사랑이 될까
그래,
그리움 둘이 만나
예쁜 사랑이 되자
그리움 둘이 만나
고운 사랑이 되자
세상 끝날까지의
뜨거운 포옹이 되자
✾ 그리움을 마시다
님을 만나
나 님에게 흠뻑 취하였어요
님을 만난
그날 그 순간부터
나의 일상의 밥은
그리움
하루 세 끼니를
꼬박 그리움으로 채워요
그리움으로 내 몸이야
살며시 야위어 가더라도
그리움으로 내 정신은
더욱 초롱초롱 깨어 있어요
삼라만상이 고요히 잠든
지금 이 시각에도
님 향한 내 그리움은
졸음을 몰라요
✾ 그리운 님
어제도 그립던 님
오늘도 그립습니다
아침에도 그립던 님
저녁에도 그립습니다
눈 감으면 떠오르는
내 님의 모습
눈 떠도 그 모습
눈앞에 아른거립니다
님 향한 그리움은
나의 운명
자나깨나 오로지
님 생각밖에 없습니다
님이 계시길래
나도 있으니
더러는 힘겨운 그리움일지라도
내게는 차라리 축복입니다
그리운 님이여
바로 지금 내 맘에 오셔요
오셔서 내 맘을
가득 채워 주셔요
이 세상에 오직 하나뿐인
나의 일편단심 사랑에
님이여
싱긋 미소지어 주셔요
나 님이 없이는
단 하루도 살 수 없으니
✾ 그리움
그리움은
나의 형벌
나를
사랑의 무기수로
꽁꽁
엮어 맨
당신이 오늘밤
너무 미워요
✾그리움 죽이기 (안도현)
칼을 간다
더 이상 미련은 없으리
예리하게 더욱 예리하게
이제 그만 놓아주마
이제 그만 놓여나련다
칼이 빛난다
우리 그림자조차 무심하자
차갑게 소름보다 차갑게
밤마다 절망해도
아침마다 되살아나는 희망
단호하게 한치의 오차 없이
내. 려. 친. 다.
아뿔사
그리움이란 놈,
몸뚱이 잘라 번식함을 나는 몰랐다
✾그립다는 것 (안도현)
그립다는 것은
가슴에 이미
상처가 깊어졌다는 뜻입니다
나날이 살이 썩어간다는 뜻입니다
✾그리움 1 ( 함용정 )
내 작은 소망이
빛을 발하는 시각
네온의 불빛이
등불처럼 곱다
그대 고운 마음이
밀물처럼 밀려와
내 가슴에 그리움 남길 때
남몰래 타는 가슴
숨어서 하늘을 본다
진솔한 마음이
모든 것을 인도하듯
그리운 마음으로
그대를 인도하고 싶다.
✾그리움 2 ( 함용정 )
달빛에 그리움이
흐르는 시간
그대 사랑이 달빛에 안겨
살며시 다가온다
그리움은 파도처럼
물밀듯이 밀려오는
애절하고
간절한
사랑의 물결
가슴 깊이 사무친 그리움은
차라리 견딜만 하다
그러나 하루하루 여위어 가는
그리움은
참기 어려운 괴로운것
달빛에 그리움이
흐르는 시간
그리움을 주려거든
차라리 내게
사랑을 심으소서.
✾그리움 (오정방)
쌓이는 것은
낙엽 뿐이 아닙니다
세찬 바람은
저를 몰아 날릴 수가 있지만
머리 속에 문신처럼 새겨진
그리움은
그렇게 하지 못합니다
쌓이는 것은
눈송이만이 아닙니다
따가운 햇살은
저를 녹여 없앨 수가 있지만
가슴 속에 비문처럼 패어진
그리움은
그렇게 하지 못합니다
✾그리움에 대하여 (오정방)
그리움은 사랑이다
결단코 말해서 그것은 사랑이다
누워 있거나 엎드러 있거나
앉아 있거나 서 있거나
걷고 있거나 뛰고 있거나
눈을 뜨고 있거나 감고 있거나
시간과 공간과 환경에 관계없이
머릿속에 온통
생각나는 것이 당신 뿐이라면…
사랑은 그리움이다
누가 뭐라해도 그것은 그리움이다
✾그리운 편지 -꿈 같은 절망 6 - (유재영)
행간들은 말없이
가슴을 풀어 놓고
그 사이를 보랏빛 음성
누가 이 한장 종이 위에
가만히 받아 놓았나
그대의 안부들이
일인칭으로 반짝이는,
✾그리우면 가리라 (이정하)
그리우면 울었다. 지나는 바람을 잡고 나는 눈물을 쏟았다.
그 흔한 약속 하나 챙기지 못한 나는 날마다 두리번거렸다.
그대와 닮은 뒷모습 하나만 눈에 띄어도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들개처럼 밤새 헤매어도 그대 주변엔 얼씬도 못했다.
냄새만 킁킁거리다가 우두커니 그림자만 쫒다가
새벽녘 신열로 앓았다. 고맙구나 그리움이여,
너마저 없었다면 그대에게 가는 길은 영영 끊기고 말았겠지.
그리우면 가리라, 그리우면 가리라,고 내내 되뇌다 마는
이 지긋지긋한 독백, 이 진절머리나는 상념이여.
✾그리움이 길이 되어 (이정하)
비가 내립니다.
언제나 그렇듯 헤어질 시간은
빨리 다가오기 마련이지요.
그대도 아쉬운 듯 쓸쓸한 표정을 지어보였지만
애써 그 표정을 우산 속에 감추고 있었지만
우리 언제 다시 만날 것인가는
나는 일부러 물어보지 않았습니다.
그대가 약속할 수 없다는 것,
너무나 잘 알고 있었으므로
나는 다만 이 비가 언제 멈출 것인가
하늘만 올려다 보았습니다.
그렇습니다.
약속할 수 없는 그대의 마음은 더욱 아프겠지요.
다시 만날 기약없이 헤어지는 당신인들
어디 마음이 편하겠어요.
하지만 난 믿고 있습니다.
약속은 없어도 우리 곧 다시 만날 수 있으리라는 것을.
내가 그대를 그리워하는 마음이 그대로 길이 되어
그대에게 이르게 해줄 것이라고.
이 비가 언제 그칠까는 장담 못하지만
언젠가는 그치게 마련이듯
우리 마음이 있는 한
당신과 나는 만나질 수밖에 없다는 것을.
비가 내립니다.
당신이 가고 난 지금,
비는 더 세차게 뿌립니다.
✾그립다는 것은 (이정하)
그립다는 것은
아직도 네가
내 안에 남아 있다는 뜻이다.
그립다는 것은
지금은 너를 볼 수 없다는 뜻이다.
볼 수는 없지만
보이지 않는 내 안 어느 곳에
네가 남아 있다는 뜻이다.
그립다는 것은 그래서
내 안에 있는 너를
샅샅이 찾아내겠다는 뜻이다.
그립다는 것은 그래서
가슴을 후벼파는 일이다.
가슴을 도려내는 일이다.
✾그리운 이에게 편지를 쓴다 (이해인)
먼 하늘
노을지는 그 위에다가
그간 안녕 이라는 말보다
보고싶다는 말을 먼저하자...
그대와 같은 하늘 아래 숨쉬고
아련한 노을함께 보기에 고맙다
바람보다, 구름보다
더 빨리 가는 내 마음,
늘 그대 곁에 있다.
그래도 보고 싶다는 말보다
언제나 남아 있다는 말로 맺는다.
몸과 마음이
무게를 덜어내고 싶을 때마다
오래도록 너를 그리워한다
살아서도 죽어서도
가벼워야 자유롭고
힘이 있음을 알고 있는 새야
먼데서도 가끔은
나를 눈여겨보는 새야
나에게 너의 비밀을
한 가지만 알려주겠니?
모든 이를 뜨겁게 사랑하면서도
끈끈하게 매이지 않는 서늘한 슬기를
멀고 낯선 곳이라도
겁내지 않고 떠날 수 있는
담백한 용기를 가르쳐주겠니?
✾그리움 ( 이용학)
눈이 오는가 북쪽엔
함박눈이 쏟아져 내리는가
험한 벼랑을 굽이굽이 돌아간
백무선 철길 위에
느릿느릿 밤새어 달리는 화물차의 검은 지붕에
연달린 산과 산 사이
너를남기고 운
작음 마을에도 복된 눈이 내리는가
잉크병 얼어드는 이러한 밤에
어쩌자고 잠을깨어
그리운 곳 차마 그리운 곳
눈이 오는가 북쪽엔
함박눈이 쏟아져 내리는가
✾눈물겨운 너에게 - 이정하
나는 이제 조금만 사랑하고, 조금씩만 그리워하기로 했습니다.
한꺼번에 사랑하다 그 사랑이 다해
한꺼번에 그리워하다 그 그리움이 다해 버리기보다
조금만 사랑하고 조금씩만 그리워해
오래도록 그대를 내 안에 두고 싶습니다.
아껴가며 읽는 책처럼 아껴가며 듣는 음악처럼
조금씩만 그대를 끄집어 내기로 했습니다,
내 유일한 희망이자 기쁨인 그대여
살아가면서 많은 것들이 없어지고 지워지지만
그대 이름만은 내 가슴속에 오래오래 영원히 남아 있기를 간절히 원하기에..
✾사랑하는 별 하나 - 이성선
나도 별과 같은 사람이 될 수 있을까.
외로워 쳐다보면 눈 마주쳐 마음 비쳐주는
그런 사람이 될 수 있을까.
나도 꽃이 될 수 있을까.
세상일이 괴로워 쓸쓸히 밖으로 나서는 날에
가슴에 화안히 안기어 눈물짓듯 웃어주는
하얀 들꽃이 될 수 있을까.
가슴에 사랑하는 별 하나를 갖고 싶다.
외로울 때 다가오는 별 하나를 갖고 싶다.
마음 어두운 밤 깊을수록 우러러 쳐다보면
반짝이는 그 맑은 눈빛으로 나를 씻어
길을 비추어주는 그런 사람 하나 갖고 싶다.
✾왜 그리도 아파하며 살아가는지 - 용혜원
이 수많은 사람들이 어디로 가자는 것이냐
하루 하루를 살아가며 넓은 세상에 작은 날을 사는 것인데
왜 그리도 아파하며 살아가는지
저마다의 얼굴이 다르듯 저마다의 삶이 있으나
죽음 앞에서 허둥대며 살다가 옷조차 입혀 주어야 떠나는데
왜 그리도 아파하며 살아가는지
사람들이 슬프다 저 잘난 듯 뽐내어도
자신을 보노라면 괴로운 표정을 짓고
하늘도 땅도 없는 듯 소리치며
같은 만남인데도 한동안은 사랑하고
한동안은 미워하며 왜 그리도 아파하며 살아가는지
✾선천성 그리움 - 함민복
사람 그리워 당신을 품에 안았더니
당신의 심장은 나의 오른쪽 가슴에서 뛰고
끝내 심장을 포갤 수 없는 우리 선천성
그리움이여
하늘과 땅 사이를 날아오르는 새떼여 내리치는 번개여
✾사랑 - 오세영
잠들지 못하는 건 파도다.
부서지며 한가지로 키워내는 외로움, 잠들지 못하는 건 바람이다.
꺼지면서 한가지로 타오르는 빛, 잠들지 못하는 건 별이다.
빛나면서 한가지로 지켜내는 어두움, 잠들지 못하는 건 사랑이다.
끝끝내 목숨을 거부하는 칼.
✾행복이라 부릅니다 - 이해인
새로운 시간이여, 어서 오세요
누군가에게 줄 선물을 정성껏 포장해서 리본을 달 때처럼
즐거운 마음으로 나는 그대를 기다립니다.
누군가에게 한 송이 꽃을 건네줄 때처럼
환히 열려진 설레임으로 그대를 맞이합니다.
그대가 연주하는 플롯 곡을 들으며
항상 새롭게 태어나는 이 기쁨
나는 행복이라 부릅니다.
✾고독 - 김현승
너를 잃은 것도 나를 얻은 것도 아니다.
네 눈물로 나를 씻어 주지 않았고
네 웃음이 내 품에서 장미처럼 피지도 않았다.
그러나 그것도 아니다.
눈물은 쉬이 마르고 장미는 지는 날이 있다.
그러나 그것도 아니다.
너를 잃은 것을 너는 모른다.
그것은 나와 내 안의 잃음이다. 그것은 다만......
✾한여름 - 고두현
남녘 장마 진다 소리에
습관처럼 안부 전화 누르다가
아 이젠 안 계시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