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에 대하여[직지사 흥선 스님 법문]
말에 대하여
직지사 흥선 스님 법문
✺ 인간이 인간일 수 있는 가장 뚜렷한 징표가 언어이다. 黙言修行
했던 선승 조사들이 語錄을 남긴 것의 의미는 무엇일까?
✺ 언어의 사용은 신중해야 한다. 法은 부처님의 가르침과 진리, 또
는 현상 을 의미한다. 언어를 사용하는 인간이 할 일 2가지는 法
에 대하여 이야기하는 것과 침묵을 지켜는 것(고요히 자기자신
을 비쳐보는 것)이다.
✺ 분쟁담(자카카) : 희말라야 호수의 거북과 산중턱 한 쌍 학의 우
화는 입을 여는 일이 신중해야 함을 시사한다.
✺ 말은 양날의 칼이다. 칼을 의사가 잡느냐, 강도가 잡느냐가 문제
이듯 말도 제대로 잘 사용되어야 한다.
✺ 침묵의 채로 걸러지고 가려지고 정제된 말만이 가치가 있고 의
미가 있다. 말은 빙산의 일각처럼 드러내고 나머지 빙산은 침묵
으로 잘 갈무리되어야 한다.
✺ 인간은 태어날 때 도끼를 가지고 태어나는데 그 도끼가 바로 말
이다. 옳은 말도 어떻게 사용하느냐에 따라 도끼도 되고 칼도 된
다.
✺ 필요한 말도 말하는 방법이 문제가 된다. 옳다고 해서 마구 뱉어
내는 말은 상처를 준다. 말은 사랑이 바탕이 되지 않으면 설득도
공감도 안 되고 소비될 뿐이며 오히려 갈등과 굴욕을 낳는다.
✺ 논어에 [사람 때문에 말을 버리지 말고 말 때문에 사람을 버리
지 말라]는 말이 있다. 이는 어눌한 사람의 말에도 귀 기울여 들
어야함을 깨우쳐준다.
✺ 침묵의 깊이 만큼 침묵 속에서 말을 단련하라. 나이가 들수록 말
사용이 조심스럽고 신중해야 한다. 김선주의 ‘이별에도 예의가
필요하다’. 나이가 들면 지갑은 열고 입은 닫으라는 말도 있다.
✺ 내가 사용하는 말은 침묵이라는 깊고 맑고 고요한 틀을 통해 걸
러져야 한다. 그 걸러진 말을 사랑의 눈빛으로 사용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