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em(詩)/시 쓰다(拙詩)

인생이여 고마워요

꽃이플 2013. 7. 2. 11:48

 인생이여 고마워요

 

「인생이여 고마워요」

어느 드라마의 제목이었다.

 

장맛비 추적추적 내리는 아침

빗물처럼 젖어드는 이야기

「인생이여 고마워요」

 

형제자매 많은 집 팔남매의 딸막내

네 살 적 왼손을 다쳐 장애를 가진 나

유난히 엄마와 내 위 작은 오빠는

내게는 무조건적 지지와 익애였고

여섯 살 적에 미국가셔 얼굴도 기억 안나는 큰오빠는

나의 십대 후반과 20대 중반의

학비와 생활비를 전적으로 책임지셨다.

 

열한 살 초봄에 엄마 위암으로 아주 가셨고

열일곱살 초여름 경호강에 캠핑간 작은 오빠도 영영 돌아오지 않았다.

그래 그런지

나는 분리불안, 거부공포, 애정결핍 증후군을

평생 갖고 지냈는지도 모르겠기에

젊은 날에는 인생이 고맙다는 생각이 절절하진 않았다.

 

노년에 접어들면서 요즘 절실하게 드는 생각

「인생이여 고마워요」

 

내 부모님이 고맙다.

이만한 정신력과 외모와 건강을 갖도록 낳아 키워 주셔서...

 

내 형제자매가 고맙다.

내가 지금까지 누구에게도 나는 제대로 베풀지 못한

관심과 사랑과 지지와 지원으로 지켜봐 주었기에...

 

내 친구들이 고맙다.

새삼 낡은 사진첩을 펼쳐보면

내 인생 굽이마다 곁에 있었고

지금도 만나고 나누고 다투고 함께하기에...

 

그 사람들도 고맙다.

지금 이 순간 진행형은 아니지만

그때 그 한시절에는 사랑이었을...

 

 

내 동료들이 고맙다.

좋게 보면 실천적 주도적이지만

달리 보면 집요하고 결백증인 나와

사십년 동안 여러 일터에서 무탈하게 할일을 도모했기에

 

 

그리고 별처럼 많은 사람들

스승들, 제자들, 친척들, 이웃들 또...

 

 

「인생이여 고마워요」

「인생이여 고마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