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em(詩)/시 쓰다(拙詩)

화초를 거두면서

꽃이플 2012. 10. 15. 10:34

 

 

화초를 거두면서

 

10여년 전 처음에는

“생명 있는 사물이

우리에 많은 교감을 주지

화초를 길러 보는건 어때?“라는

친지의 말에 시작하여

재미와 위안을 얻는 일상이 되어

조금씩 늘여갔던 식물들이

거실과 베란다를 온통 차지했었다.

지난 겨울 혹한을 나면서

얼고 초췌해진 아이들을 거반 정리했다.

 

오늘 아침 차가워지는 공기를 느끼며

몇 안 되는 화초에 물을 주고

밤낮의 기온차가 덜한 쪽으로 옮기다가

문득 눈물이 나고 마음이 아팠다.

이제 이 아이들마저 시들어 버리면

다시 또 식물을 키우는 일을 잘 할 수 있을까?

식물을 돌보는 일도 점점 힘에 부칠거라고

느껴지는 건 심리적인 것일까? 나이 탓일까?

가까이서 함께 했던 식물들과의 작별,

이것도 내 일상을 비워내고 간추리는 일련의 일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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