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문아파트
대학시절 우리가 자취하던
집주인 이름이 김복문
그래서 그집 이름이 복문아파트이다.
부엌 하나 제대로 없는 연탄 아궁이만 있는
브로크 벽돌로 지은 벌집 같은 방이 이십 개 남짓
수도 두 곳을 이십여 명이 줄서서 쓰면서
수돗물은 방울져 나올 만큼 시원찮었다.
그 물로 그래도 밥해 먹고 김치 담그고 빨래했다.
통신은 주인집 전화 한선이 전부였다.
전화가 오면 확성기로 “김장미 전화 받아라”라는
반가운 소리에 달려갔었다.
화장실은 푸세식으로 쥐와 구더기가 상존했다.
각방에는 손수건 두 장만한 창이 있었다.
그곳에서 우리는 아파하고 힘들어 하면서도
저마다 제 깜냥대로 크고 작은 꿈을 키우며
오손도손 가족처럼 어울려 즐겁게 살았다.
요즘 우리 젊은 아들 딸은 그런 환경을
아프리카 몬도가네 쯤으로 알게다.
그래도 나는 그때가 너무 그립다.
가진 것 없고 환경은 열악했지만
내일이 있고 젊음이 있었다.
세상을 잘 모르기에
두려움도 절망도 크지 않았다.
며칠 전 이사를 하고
사는 일이 하 쓸쓸하여
사삽년전 복문아파트를 떠올려 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