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em(詩)/시 쓰다(拙詩)

복문아파트

꽃이플 2013. 9. 24. 20:50

 

복문아파트

 

대학시절 우리가 자취하던

집주인 이름이 김복문

그래서 그집 이름이 복문아파트이다.

부엌 하나 제대로 없는 연탄 아궁이만 있는

브로크 벽돌로 지은 벌집 같은  방이 이십 개 남짓

수도 두 곳을 이십여 명이 줄서서 쓰면서

수돗물은 방울져 나올 만큼 시원찮었다.

그 물로 그래도 밥해 먹고 김치 담그고 빨래했다.  

통신은 주인집 전화 한선이 전부였다.

전화가 오면 확성기로 김장미 전화 받아라라는

반가운 소리에 달려갔었다.

화장실은 푸세식으로 쥐와 구더기가 상존했다.

각방에는 손수건 두 장만한 창이 있었다.

그곳에서 우리는 아파하고 힘들어 하면서도

저마다 제 깜냥대로 크고 작은 꿈을 키우며

오손도손 가족처럼 어울려 즐겁게 살았다. 

 

요즘 우리 젊은 아들 딸은 그런 환경을

아프리카 몬도가네 쯤으로 알게다.

 

그래도 나는 그때가 너무 그립다.

가진 것 없고 환경은 열악했지만

내일이 있고 젊음이 있었다.

세상을 잘 모르기에

두려움도 절망도 크지 않았다.

 

며칠 전 이사를 하고

사는 일이 하 쓸쓸하여

사삽년전 복문아파트를 떠올려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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