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만 주인공이 되어라/임제선사>
임제록
임제스님께서 대중에게 말씀하셨다.
"도 배우는 이들이여! 부처님 법은 애써 공부할 것이 없다. 그저 평상시대로
아무 일 없으면 된다. 똥 싸고 오줌 누며, 옷 입고 밥 먹으며, 피곤하면
눕는다.
어리석은 사람은 나를 비웃겠지만 지혜로운 이는 알 것이다. 옛사람이
말하기를 밖으로 공부하는 사람은 도대체 바보들이다 라고 하였다.
그대들이 어디를 가나 주인공이 되기만 한다면 선 자리 그대로가 참되어서
경계가 다가온다 하여도 그대들을 어지럽히지 못한다.
설령 묵은 습기(習氣)와 5무간죄의 업보가 있다 하더라도 그것 자체가 큰
해탈 바다가 된다."
師示衆云 道流 佛法無用功處 祇是平常無事 屎送尿 著衣喫飯 困來卽臥
愚人笑 我 智乃知焉 古人云 向外作工夫 總是癡頑漢 爾且隨處作主 立處皆眞
境來回換不 得 縱有從來習氣 五無間業 自爲解脫大海
* *
불법은 따로 있지 않다. 일상사가 불법이다. 그러므로 불법을 배운다며
밖으로 나가 스승을 찾고 수년을 두문불출 수행하는 짓은 다 쓸데없는 짓을
하는 것이다. 어리석은 자는 나 임제의 이런 말을 듣고 비웃겠지만 지혜로운
자라면 내 말에 수긍할 것이다.
불법은 그저 평시대로 하면 된다. 배고프면 밥 먹고, 졸리면 잠자고,
피곤하면 들어 눕고, 신호가 오면 대소변보고, 일거리가 있으면 부지런히
일하면 된다. 이것을 여의고 따로 불법이 있다고 말하는 자는 저 옛사람들이
한결같이 말하였던 '밖으로 공부하는 사람은 도대체 바보들이다' 라고 비웃는
말 들음을 면하지 못할 것이다.
그대들이 어디를 가나 주인공이 되기만 한다면 선 자리, 앉은자리 그대로가
참된 부처의 자리이다. 여기에 어떤 경계가 다가와도 그대들을 감히
어지럽히지 못할 것이다. 설령 묶은 습기와 5무간죄의 업보가 다가온다고
하여도 그것 자체가 이미 큰 해탈의 바다여서 능숙하게 헤엄칠뿐더러 오히려
유유자적하게 사는 재미를 즐길 것이다.
묵은 습기는 무의식의 세계이니 사람이 진리를 알아듣고 깨달았다 하여도
오래된 습기, 즉 수많은 생을 윤회하면서 습관들였던 탐욕과, 분노와,
어리석음이 무의식에 깊게 뿌리박혀 있으므로 습관이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
따라서 진리를 깨달아도 더 수행해서 습관을 제거해야 하는 것이 선문
정로(禪門正路)이다.
매사에 주인공이 된다는 말은 임제 선법의 핵심이 되는데 매사에 끌려가는
것이 아니고 끌고 가는 것을 말한다. 예를 들어 누가 욕설을 하면 중생은
욕설을 받고 자존심이 상하였다고 생각하여 분노를 일으키는데 이것은 경계에
끌려가는 것이다. 그러나 주인이 되어 끌고 가는 자는 욕설도 없고 상하는
것도 없음을 알고 분노를 일으키지도 않고 평상시와 같이 마음이 고요한 것을
말한다.
이외에 우울한 감정에 끌려가는 것, 슬픈 감정에 끌려가는 것, 잘나고 못남에
끌려가는 것, 부자와 가난함에 끌려가는 것 등은 다 인생의 주인이 되지
못하고 생각에 끌려가는 노예의 인생을 사는 것이다.
그러나 자기의 본질이 빈 것임을 알고 어떤 감정이 와도 흔들리지 않고
고요한 마음을 지키며, 부자라거나, 가난함이라거나, 더러움과 깨끗함,
아름다움과 미움 등의 인간이 매긴 가치에 유혹되지 않고 어떤 상황에도
고요함을 잃지 않으면 진정한 자기에 부합한 인생을 살아간다 하여 주인의
삶이라고 하는 것이다.
5무간죄는 아버지를 죽이는 것, 어머니를 죽이는 것, 아라한을 죽이는 것,
부처님 몸을 다치게 하는 것, 화합승을 깨트리는 것을 말한다. 죄 중에서도
이 다섯 가지 죄가 가장 무거워서 지옥에 가더라도 잠시도 쉴 틈 없는 큰
고통을 받는 지독한 지옥에 간다.
5무간죄업도 해탈 바다와 같다는 것은 어떤 사람이 설사 5역죄를 지어서
고통이 극에 달하는 업보를 받는다하여도 이 도리를 깨닫고 스스로의 주인이
되어 살아가면 지옥이라 하여도 개의치 않고 유유자적하게 그 과보를 즐거움
삼아 받아들인다는 것이다.
즉, 오역죄를 지은 사람이라도 이 법을 깨달을 수는 있는데 일단 깨달아도
죄업이 워낙 커서 죄업이 일부 남아있게 된다. 따라서 살아가면서 병으로
고통받기도 하고, 사고로 신체가 절단하는 듯한 괴로움을 받기도 한다. 또한
자식이 죽고 부인이 죽으며, 부모가 죽는 등 험악한 일이 닥쳐오기도 한다.
그렇다 하여도 깨달은 자는 병이 들어 고통스러워해도 이 몸은 흙에서 와서
흙으로 돌아가는 것이므로 슬퍼하거나 비관하거나 분노하지 않고 고통이 곧
삶이라 생각하고 담담히 받아들인다는 것이다. 또 가족이 다 몰살당하여
죽어도 본래 한 물건도 없었던 것을 잘 알므로 담담히 인생을 받아들일 뿐
그로 인하여 방황하거나 갈등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업보의 바다를 두렵고 고통스러운 곳으로 보지 않고 수영하는
곳으로 보고 유유하게 헤엄치며 즐기듯 살아가므로 해탈바다라고 말하는
것이다. *
'일, others > 스크랩(shovel)' 카테고리의 다른 글
살맛나는 나이(고도원의 편지) (0) | 2012.05.07 |
---|---|
고지혈증 환자의 생활요법 (0) | 2012.04.04 |
[스크랩] 색상 혼합표 (0) | 2012.03.14 |
[스크랩] BBC에서 선정한 죽기전에 꼭 가봐야 할 여행지 50곳!!! (0) | 2012.03.14 |
걱정 인형 (0) | 2012.03.1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