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라는 이름
유월의 쾌청한 하늘과 신록 아침 공원에서
벤치에 놓인 내 책을 만지는 한 꼬마
아이와 함께 산책을 나온 엄마가 하는 말
“할머니 거니까 책 만지지 마라”란다.
“할머니”라는 낯선 단어는 내게
조금은 충격적으로 다가 왔달까?
지난달 대학 동창 모임 카페에서
젊은이들이 찾는 장소지만 우리도
마음은 젊다는 한 친구에게
다른 친구가 “너희들은 젊지 않다.
자기가 아는 지인들 중에 제일 늙었다“고 했다.
나는 이 나이까지 환갑이 훌쩍 지나도록
아줌마도 할머니도 아닌 職銜으로 불리웠다.
나의 이런 말에 사람들은 내가
나이듦을 거부하려 한다고 할지 모르겠다.
나는 내가 나이 들었음을
제대로 알고 있고 또 충분히 인정한다.
그러나
나는 나이 들었어도 기죽지 않고 싶다.
나는 나이 들었어도 하고 싶은 것과
해야 할 것이 많아 날마다 집중해서 살고 싶다.
나는 나이 들었어도 여유를 갖고 느긋한 대로
지난날보다 더 재미있고 의미있게 살고 싶다.
아니 나이 들었기에, 할머니이기에
덜 좌절하고 덜 방황하고 덜 흔들리고
더 소중하게 더 열정으로 더 편안하게
제대로 내가 가고 싶은 데 가고
먹고 싶은 것 먹고, 하고 싶은 것 하고
하루하루를 잘 살아내고 싶다.
그것이 앞으로 내 계획이고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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