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문아파트 복문아파트 대학시절 우리가 자취하던 집주인 이름이 김복문 그래서 그집 이름이 복문아파트이다. 부엌 하나 제대로 없는 연탄 아궁이만 있는 브로크 벽돌로 지은 벌집 같은 방이 이십 개 남짓 수도 두 곳을 이십여 명이 줄서서 쓰면서 수돗물은 방울져 나올 만큼 시원찮었다. 그 물로 그.. Poem(詩)/시 쓰다(拙詩) 2013.09.24
인생이여 고마워요 인생이여 고마워요 「인생이여 고마워요」 어느 드라마의 제목이었다. 장맛비 추적추적 내리는 아침 빗물처럼 젖어드는 이야기 「인생이여 고마워요」 형제자매 많은 집 팔남매의 딸막내 네 살 적 왼손을 다쳐 장애를 가진 나 유난히 엄마와 내 위 작은 오빠는 내게는 무조건적 지지와 .. Poem(詩)/시 쓰다(拙詩) 2013.07.02
연록의 시간 軟綠의 時間 봄바람 봄비 봄꽃 그리고 여리고 고운 빛깔의 잎새 지금은 꽃 피고 잎 돋는 계절 거리에 흩날리는 꽃잎들과 연록의 가지들을 보라. 연록의 시간은 몇 날 몇 주나 될까? 우리는 안다. 저 꽃과 잎들을 피워내는 나무와 풀들의 오랜 이야기를 비바람 폭염 혹한을 견디어 왔고 새.. Poem(詩)/시 쓰다(拙詩) 2013.04.30
와인을 마시며 뇌이다 와인을 마시며 뇌이다 벚꽃 이팝꽃이 흩날리고 목련꽃이 지는 저녁이다. 창밖을 보며 한잔의 와인을 기울인다. 한잔, 또 한잔 세잔을 마셨다. 꽃바람과 와인에 오른 취기는 달콤하고 센티하게 젖어온다. 그래서 적어 보는 넉두리 「내가 최고다. 난 너무 잘 살았다. 아무도 무엇도 안 부럽.. Poem(詩)/시 쓰다(拙詩) 2013.04.30
業報 業報 인생의 문제와 답은 순서대로 주어지지 않는 듯 보이고 태어남도 시작도 내가 한 것이 아니듯이 생의 결마다 엉킨 매듭도 풀지 못하고 숨을 거두는 임종도 스스로 어찌할 수 없는 것 같지만 부처님은 모두가 연기고 인과응보라고 하셨다 한다. 오늘이 맨 마지막 날이어도 좋은데 형.. Poem(詩)/시 쓰다(拙詩) 2012.12.09
아, 그렇다 아, 그렇다 요즈음 나는 조금 우울하다. 나이 들었고 은퇴가 바로 앞에 있다. 발가락 골절로 기브스도 했고 신경종이 생겨 예후를 지켜보는 중이다. 모아놓은 것도 많지 않고 늙은 나이를 함께 보낼 사람도 주변에 자주 만나는 친척, 친구도 드물다. 한마디로 정리하면 오래 살고 싶지는 .. Poem(詩)/시 쓰다(拙詩) 2012.11.25
상심증후군 상심증후군 삼십년 가까이 지난 일이다. 삶을 뿌리 채 흔드는 내 인생의 배가 난파 당하는 슬픈 일을 겪어내면서 가슴에 돌덩이가 막혀 숨쉬기도 힘들고 목을 가눌 수도 없었다. 출퇴근 열차 차장 밖으로 보이는 눈 덮인 끝없는 들판을 바라보면서 심장이 쯔그라들고 애끓는 슬픔에 온 몸.. Poem(詩)/시 쓰다(拙詩) 2012.11.25
다음 생에는 다음 생에는 윤회를 믿으면 다음 생을 받을 수 있는 걸까? 내생이 있다면 다음 생에는 꼬옥 조금 덜 바쁘게 살았으면 조금 덜 외롭고 슬펐으면 쉽게 화내고 울거나 힘들어 하지 않았으면 자연 속에서 자연과 더 많이 어울리고 친구와 지인들과는 진솔한 좋은 사이로 끝까지 가며 식구들은.. Poem(詩)/시 쓰다(拙詩) 2012.11.25
11월의 노래 11월의 노래 마른 잎새 떨구며 여위어가는 나무들 사이로 석양이 비끼는 저녁시간 가을이 빈 들녘을 끌며 깊어간다. 어제도 오늘도 안부를 물으며 세상과 소통하고 싶었지만 어떤 신호도 한마디 말도 없이 그냥 견디기로 마음 먹는다. 참 오랜 세월을 기다리고 또 기다리고 준비하면서 마.. Poem(詩)/시 쓰다(拙詩) 2012.11.25
화초를 거두면서 화초를 거두면서 10여년 전 처음에는 “생명 있는 사물이 우리에 많은 교감을 주지 화초를 길러 보는건 어때?“라는 친지의 말에 시작하여 재미와 위안을 얻는 일상이 되어 조금씩 늘여갔던 식물들이 거실과 베란다를 온통 차지했었다. 지난 겨울 혹한을 나면서 얼고 초췌해진 아이들을 .. Poem(詩)/시 쓰다(拙詩) 2012.10.15